64세까지는 일하고, 65세부터는 무조건 논다. 저는 이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고, 지금 그것을 실천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막상 쉬어보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잘 노는 것도 실력이라는 것, 그리고 그 실력은 젊을 때부터 조금씩 쌓아온 사람만이 갖고 있다는 것. 60대 중반, 격일로 산에 오르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매달 한두 번은 100대 명산이나 여행길에 오르는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충만합니다. 돈이 많아도 못 노는 사람이 있는 이유지난 토요일, 경남 남해 사량도를 다녀왔습니다. 섬 산행이라 배편도 직접 알아보고, 코스도 혼자 짰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선착장 근처 횟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 어르신들이 힐끗 보더군요. 혼자 왔냐고 묻기에 "네, 혼자 다닙니다" 했더니 "..
65세 이후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한 달 평균 의료비가 30만 원을 넘어서는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사실을 꽤 이른 나이에 몸으로 배웠습니다. 필사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가면서 깨달은 건, 돈이 없는 노후는 단순히 '불편한 것'이 아니라 존엄 자체가 무너지는 일이라는 겁니다. 자식 앞에서 왜 돈이 권위가 되는가쇼펜하우어는 노년의 빈곤을 "마실 바닷물조차 없어 말라 죽는 고통"에 비유했습니다. 이 표현이 과하다고 느끼셨다면, 아직 그 국면을 경험해보지 않으신 겁니다. 저는 주변에서 사전증여(事前贈與)—즉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 자산을 자식에게 미리 넘겨주는 행위—의 결말을 여러 차례 목격했고, 그 패턴이 놀랍도록 반복된다는 걸 압니다.상가 건물을 아들에게 넘겨준 뒤 ..
솔직히 저는 몰랐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이 다시 올라온다는 걸요. 자다가 번쩍 깨서 천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는 건가' 싶은 답답함이 목밑까지 치밀어 오를 때, 저는 그냥 내리막이 시작된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심리학 연구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40~50대는 U자형 행복 곡선의 바닥이고, 그 이후는 반등이라는 겁니다. 그 반등이 운이 아니라 선택에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저는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가진 것 헤아리기 — 없는 것을 세는 버릇을 끊는 법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비교의 기준을 '과거의 나'가 아닌 '남'에게 두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때 이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저렇게 갔으면 더 빨랐을 텐데. 이런 생각이 꼬..
솔직히 저는 은퇴 후 해외에서 산다는 게 막연한 로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얀마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친구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 친구는 "거기가 너무 좋다"고 했는데, 그 말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삶으로서의 해외 경험, 60대 이후 시니어에게 어떤 도시가 현실적으로 맞는지 제가 직접 따져봤습니다.60대 한 달 살기, 도시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저도 미국, 일본, 중국, 대만을 다녀봤습니다. 그런데 매번 짧은 여행이라 겉핥기에 그쳤고, 돌아올 때마다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제대로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문제는 20대처럼 배낭 하나 메고 어디든 가면 된다는 생각이 6..
어릴 때 그리스로마신화를 만화로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신들이 싸우는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오디세우스 편에 이르러서는 손에서 책을 놓질 못했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이긴 왕이 고향까지 돌아오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다는 이야기, 오디세이아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집요하게 삶의 방향을 붙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시입니다. 10년 귀환 여정의 실제 구조 — 오디세이아 팩트 정리일반적으로 오디세이아를 신화 속 판타지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다시 찾아보며 느낀 건 이 작품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된 서사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로 전해지는 이 작품은 출처: Encyclopædia Britannica에 따르면 인류..
2024년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오늘 운전 중에 왕복 6차선 도로 차선 하나를 리어커를 끌고 걸어가시는 노인분을 봤습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내내 지워지지 않아 이 글을 씁니다.자산관리: "얼마를 더 벌까"보다 "어떻게 덜 줄일까"일반적으로 은퇴 후에도 퇴직금을 굴려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을 보면 그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퇴직금을 주식이나 자영업에 무리하게 투입했다가 원금을 날리고 나서야 후회하는 분들을 적잖이 봤습니다. 실제로 한국 노인 빈곤율은 40%를 넘는다는 통계가 있는데(출처: 통계청),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무리한 자산 증식 시도'라는 점이 저는 뼈아프게 느껴집니..
유럽이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에펠탑을 닫고, 인도에서는 50도의 열기에 도로가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 저는 "이 정도면 버틸 만하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어릴 때 동네 얼음가게에서 사온 얼음 한 덩이로 여름을 버티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덥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건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됐거든요. 한국이 재난에 강한 이유 — 지리적 요인과 인프라제가 10대 시절, 여름이면 동네 어귀에 얼음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냉장고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는데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던 건, 그때 더위의 강도 자체가 지금과는 달랐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올여름은 달랐습니다. 아침에 ..
700만 원으로 섬에 집을 살 수 있다는 말, 믿어지십니까. 저도 처음엔 과장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용초도에 터를 잡은 사람이 있었고, 그 삶이 꽤나 구체적이었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한적한 바닷가에서 낚시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품은 저로서는, 이 이야기를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었습니다.섬 귀촌, 실제로 얼마면 가능할까 — 귀촌비용의 현실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막히는 벽이 바로 초기 정착비용입니다. 도시에서 살던 기준으로 생각하면 "땅값이 얼마나 하겠어"라고 쉽게 봤다가 현실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경남 통영 앞바다의 용초도(龍草島)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가능했습니다.정수 씨는 700만 원짜리 시골집을 구입해 용초도에 정착했습니다. 여기서 귀촌비용이란 단순..
아침마다 베란다 문을 열면 꽉 막힌 차량 행렬이 보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저도 요즘은 슬그머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노년은 좀 다른 곳에서 보내고 싶다'고. 그런데 막상 알아보려니, 어디가 좋은지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2036년이면 국민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나라에서, 살 곳을 고르는 기준부터 다시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고령화 속도, 우리가 직접 겪어야 할 문제입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이 단 7년이라는 사실을요. 일본은 10년, 독일은 36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가 됐습니다(출처: WHO 고령화 정책). 1964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2차 베..
내가 고등학교시절에는 수학여행이라는 행사가 있었는데 가장 많이 여행지로 가던 곳이 경주 였다. 나 역시도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친구들과 같이 잠을 자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경주 하면 대부분 불국사나 첨성대, 동궁과 월지 같은 시내 유적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른 길을 가보고 싶었다. 경주 시내에서 차로 30분 남짓 떨어진 북쪽 안강읍, 자옥산 자락에 조용히 자리한 옥산서원이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이 아니라 계곡물 소리와 바람 소리만 남는 곳,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은 하루였다.옥산서원은 어떤 곳일까 - 역사적 배경옥산서원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1491~1553)**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이언적은 김굉필, 정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