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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는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저는 내년이면 60대에 접어드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질문이 남 얘기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2050년 전에 세계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위기 대신 사업의 틈새를 찾고 싶었습니다. 특히 황혼이혼을 겪은 친구를 보면서, 시니어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슈카츠와 돌봄테크, 일본이 먼저 답을 내놓은 시장
일본에서는 취업 활동을 '슈카츠(就活)'라고 부르는데, 요즘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준비 활동도 똑같이 '슈카츠(終活)'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장례 절차·묘지 선정·유산 상속·디지털 유품 정리 등을 살아있는 동안 미리 계획하는 행위 전체를 가리킵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고독사 문제가 맞물리면서 이 슈카츠 산업은 이미 거대한 시장이 됐습니다.
대표 사례가 카마쿠라신쇼입니다. 원래 불교 서적을 출판하던 회사였는데, '이이소기(좋은 장례)'와 '이이오하카(좋은 묘지)' 같은 정보 플랫폼으로 완전히 탈바꿈해 성공했습니다. 핵심 수익 모델은 리드 제너레이션(Lead Generation)입니다. 여기서 리드 제너레이션이란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먼저 제공하고, 실제 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를 관련 업체에 연결해주며 수수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정보 불균형이 심한 장례 시장에서 이 모델이 딱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돌봄테크(Care Tech) 영역도 주목할 만합니다. 돌봄테크란 고령자의 안전과 정서적 연결을 기술로 지원하는 서비스 전반을 뜻합니다. 일본 조지루시의 전기포트 '미마모리 핫라인'은 독거노인이 포트를 사용하면 그 데이터가 자녀에게 전송되는 구조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도 평소 습관 그대로 살면 가족이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이 서비스의 힘입니다. 저도 처음 이 사례를 접했을 때 "이렇게 단순한 아이디어가 왜 한국엔 없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마고채널'은 손주 사진과 영상을 TV로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서 정서적 연결에 집중했고, 이후 환경 센서 기능을 얹어 안부 확인과 위험 경고까지 확장했습니다. 에이지웰재팬의 '모토메이트'는 기기가 아닌 사람이 직접 방문해 스마트폰 사용법 교육, 산책 동행, 말벗 역할을 합니다. 요양이나 가사 대행과는 다른, 외로움과 자존감이라는 감정적 니즈를 정면으로 건드린 서비스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감정적 니즈야말로 시니어 사업에서 가장 저평가된 영역입니다.
한국도 장례 정보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지만, 인생 후반 전체를 아우르는 슈카츠형 종합 서비스는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출처: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이미 19%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20%를 돌파해 공식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숫자만 봐도 이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열리고 있는지 실감이 납니다.
- 슈카츠(終活): 생전에 장례·묘지·유산·디지털 유품을 미리 정리하는 인생 마무리 활동
- 리드 제너레이션: 정보 제공 → 소비자-업체 연결 → 수수료 수취 구조의 플랫폼 수익 모델
- 돌봄테크: 기존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고 기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이 핵심
- 감정적 니즈(외로움·자존감)를 해결하는 서비스가 기능적 서비스보다 충성도가 높음
황혼이혼 이후의 삶, 누가 설계해줄 것인가
오늘 종로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황혼이혼 후 아직 퇴직 전이라 어떻게든 버티고는 있지만, 표정이 무거웠습니다. 막걸리 한 잔을 앞에 두고 한참 이야기를 들었는데, 결국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황혼 이혼율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출처: 통계청 인구동향조사를 보면 2023년 기준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 비중은 전체 이혼 건수의 30%를 넘어섰습니다. 사별까지 더하면 1인 노인 가구는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매칭 플랫폼 '마리슈'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재혼 희망자, 이혼 경험자, 사별자를 핵심 타깃으로 삼아 결혼 실패 이력을 결격 사유가 아닌 공감대로 전환한 것이 핵심입니다. '리본 마크(Ribon Mark)'라는 기능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상대방의 이혼 이력을 편견 없이 받아들인다는 의사를 미리 표시하는 신호 체계입니다. 쉽게 말해, "나도 그런 경험이 있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라고 먼저 손을 내미는 구조입니다. 마리슈는 이 섬세한 기획 하나로 누적 회원 400만 명을 돌파하며 일본 중장년 매칭 앱 1위가 됐습니다.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매칭 서비스 하나로는 황혼이혼 이후의 삶 전체를 커버하지 못합니다. 정신적 공백, 경제적 재설계, 새로운 사회적 관계 형성까지 아우르는 '시니어 라이프 리디자인(Senior Life Redesign)'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라이프 리디자인이란 은퇴 또는 이혼 등 삶의 전환점에서 재정·관계·건강·목적의식 등을 새롭게 설계하도록 돕는 코칭 기반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주변을 보니, 이 서비스에 돈을 낼 의향이 있는 시니어는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일본의 클럽투어리즘 사례도 참고가 됩니다. 킨키닛폰투어리스트의 동호회에서 출발해 700만 명의 시니어 회원을 거느린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성장한 곳입니다. 여행 상품보다 '함께 등산하고, 사진을 찍는' 150여 개의 세분화된 테마 커뮤니티가 본체입니다. 목적지가 아니라 '무엇을 함께 할지'를 중심에 놓자 시니어들이 자연스럽게 모였고, 관계가 생겼고, 그 관계가 플랫폼에 묶어두는 힘이 됐습니다. 제 경험상 시니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건강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단절입니다. 그 두려움을 해결하는 서비스가 결국 살아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니어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뭘 해야 하나요?
A. 제 경험상 먼저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진짜 문제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복지관처럼 정책 기반 서비스가 이미 커버하는 영역과, 감정적 니즈처럼 아직 아무도 제대로 건드리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는 것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됩니다. 주변 시니어와 직접 대화하는 것이 어떤 리서치보다 빠릅니다.
Q. 한국에서 슈카츠 같은 인생 마무리 서비스가 통할까요?
A.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고, 1인 가구 증가와 고독사 문제도 이미 사회적 이슈입니다. 다만 '죽음을 준비한다'는 인식 자체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이 있어, 처음에는 장례·묘지 정보 플랫폼처럼 실용적인 영역부터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황혼이혼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 수익화가 될까요?
A. 됩니다. 일본 마리슈가 400만 회원을 달성한 것이 증거입니다. 재혼 매칭에만 머물지 않고, 재정 설계·심리 코칭·커뮤니티 연결을 패키지로 묶으면 단가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퇴직 전후의 소득 공백기를 가진 액티브 시니어는 가격보다 신뢰를 먼저 봅니다.
Q. 돌봄테크 사업을 개인이 시작하기엔 너무 어렵지 않나요?
A. 하드웨어부터 만들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존 기기나 플랫폼에 서비스를 얹는 방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조지루시의 미마모리 핫라인도 핵심은 기기가 아니라 '데이터를 가족에게 연결한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에이지웰재팬의 모토메이트처럼 사람이 직접 방문하는 서비스도 돌봄테크의 한 형태입니다.
결론
오늘 친구와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시니어 시장에서 진짜 빈자리는 '정보'가 아니라 '관계'와 '설계'라는 것입니다. 복지관이 취미와 식사를 채워준다면, 아직 아무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것은 황혼이혼 이후의 정서적 공백, 재정적 방향감, 그리고 새로운 인연입니다.
일본의 슈카츠, 돌봄테크, 마리슈, 클럽투어리즘은 모두 그 빈자리를 정확히 짚었기 때문에 성공했습니다. 문화적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사람이 나이 들수록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관계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본질은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내년 60대를 앞두고, 그 빈자리 중 하나를 직접 채워볼 생각입니다. 관심이 생겼다면 주변의 시니어 한 명과 먼저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리서치보다 그 한 시간이 훨씬 정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