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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나가보면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생각보다 강하게 한국 음식이 떠오릅니다. 저는 90년대 직장생활을 하다 20대 후반에 처음 미국 출장을 갔는데, 달라스를 경유해 오스틴 외곽 공장까지 들어가는 길에는 한국 식당이라는 게 아예 없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그 허전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요즘엔 한국에 살던 외국인들도 귀국 후 한식을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한국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게 단순한 유행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분식점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가장 먼저 찾는 한식은 무엇일까요
한국에서 3년 이상 산 외국인들에게 "귀국 후 가장 그리운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답이 있습니다. 해장국, 국밥, 그리고 한국식 중화요리입니다.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진한 국물'입니다.
해장국(解腸湯)은 이름 그대로 장(腸)을 풀어준다는 의미로, 뼈를 오래 고아 만든 진한 국물에 내장이나 채소를 넣어 끓인 음식입니다. 쉽게 말해 숙취 해소를 위해 먹는 든든한 국물 요리인데, 독일에서 온 외국인이 "해외에는 해장국 같은 개념 자체가 없다"고 표현할 만큼 이 장르 자체가 한국에서만 발달한 식문화입니다. 제가 출장 갔던 미국 텍사스에서도 비슷한 감각의 음식을 찾아봤지만, 뼈국물의 그 깊은 텁텁함은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었습니다.
국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아공 출신으로 한국에 19년째 거주 중인 분이 "집에서 직접 끓여봐도 식당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건 저도 공감이 됩니다. 설렁탕이나 순대국밥 같은 음식은 단순히 재료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우려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우마미(Umami, 감칠맛)' 때문입니다. 우마미란 단맛·짠맛·신맛·쓴맛에 이어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분류되는 감칠맛을 의미하는데, 글루타민산이 풍부한 재료를 오래 가열할수록 강해집니다. 한국의 사골 국물이나 멸치 육수가 바로 이 우마미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식 중화요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온 분이 짜장면과 탕수육을 그리워하면서 "일본의 중화요리와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 맞는 말입니다. 한국식 짜장면은 춘장(春醬)을 베이스로 한 달콤하고 진한 소스가 특징인데, 춘장이란 볶은 콩과 밀가루를 발효시킨 중국 발효장류를 한국식으로 변형한 장류를 말합니다. 일본의 자장면 계열 소스와는 풍미와 점도 자체가 다릅니다.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설렁탕이나 김치찌개를 찾는다는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과장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해장국: 진한 뼈 국물 기반, 해외에는 동일 개념의 음식이 없음
- 국밥: 우마미(감칠맛) 특유의 깊은 맛은 재현이 어려워 더욱 그리움을 자극함
- 한국식 짜장면·탕수육: 춘장 기반의 소스가 타국 중화요리와 확연히 다른 맛을 냄
- 해외 여행 시 라면 국물 팩, 갓김치 등을 캐리어에 챙겨 가는 사람이 많음

편의점 빵 한 봉지가 왜 이렇게 그리울 수 있을까요
한식의 그리움이 국물 요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저도 처음엔 "편의점 빵까지 그리워할 수 있나?" 싶었는데, 외국에 살아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충분히 납득이 됐습니다.
한국 편의점 빵의 가장 큰 특징은 식감(食感, texture)의 다양성입니다. 식감이란 음식을 씹을 때 느껴지는 물리적인 감각을 의미하는데, 한국 빵은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던킨도너츠의 경우 "빵과 떡의 중간"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인데, 이는 글루텐(Gluten) 함량과 반죽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과 결합해 생성되는 망상 구조로, 이 구조가 촘촘할수록 쫄깃한 식감이 강해집니다. 서양 도넛은 바삭함을 살리는 방향으로 반죽을 설계하지만, 한국의 도넛류는 쫄깃함과 폭신함을 함께 잡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찹쌀도넛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찹쌀의 아밀로펙틴(Amylopectin) 성분이 일반 밀가루보다 훨씬 강한 찰기를 만들어내는데, 아밀로펙틴이란 전분을 구성하는 두 가지 분자 중 하나로 가지가 복잡하게 뻗은 구조를 가져 가열 후 냉각 시에도 쫄깃함이 유지됩니다. 일본에서 온 분이 "처음 먹었을 때 서양에는 없는 식감이라 신기했다"고 한 것도 이 과학적 원리에서 나오는 경험입니다.
피자빵도 빠질 수 없습니다. 독일 출신이 "다양한 채소가 들어있어 건강한 느낌이 든다"고 했는데, 제가 처음 피자빵을 접한 건 90년대 초반이었고 그때도 그 묘한 중독성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토핑의 구성이 단순하지 않고 케첩 소스와 채소, 치즈가 얇은 빵 위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지는데, 이게 한 번 먹으면 잊기 어려운 구성입니다.
또 하나 제가 흥미롭게 본 건 한국 생크림 케이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일본 출신 분이 "한국 생크림은 덜 달고 가볍다"고 했는데, 이건 유지방(乳脂肪) 함량 및 당도 조절 방식의 차이입니다. 유지방 함량이 낮고 당도를 절제한 생크림은 구강 안에서 빠르게 녹으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청량감을 줍니다. 코스트코에서 판매되는 한국 소프트 치즈케이크가 "구름 같은 식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을 때도, 서양식 치즈케이크보다 훨씬 가볍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좋은 이야기와 별개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한국 음식과 한국 편의점 문화가 외국인들에게 이렇게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 첫인상을 망치는 바가지 상술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후배 부인이 일본 분인데, 한국 음식을 너무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뿌듯함이 생깁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에게 터무니없는 음식값을 받는 사례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한국 음식 전체에 대한 신뢰를 깎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맛으로 쌓은 호감을 가격으로 무너뜨리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 중 가장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게 뭔가요?
A. 곱창처럼 독특한 향과 식감을 가진 음식이 처음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적응하고 나면 오히려 더 강하게 그리워하게 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처음의 낯섦이 결국 깊은 애착으로 바뀌는 과정이 한식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Q. 해외에서 한국 라면을 먹어도 그리움이 해소가 안 되는 이유가 뭘까요?
A. 한국 라면의 국물은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특유의 조미 구조를 갖고 있어, 라면 한 봉지만으로 그 맛을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라면 국물 팩이나 티백 형태로 따로 챙겨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 라면과 비교하면 국물을 끝까지 마시는 방식 자체도 다르다는 점이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Q. 한국 편의점 빵이 외국 빵과 가장 다른 점이 뭔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쫄깃함'과 '부드러움'의 공존입니다. 서양 빵이 바삭함이나 묵직함을 추구하는 반면, 한국 편의점 빵은 폭신하면서도 쫄깃한 독특한 질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찹쌀 성분을 활용한 도넛류는 서양에서는 거의 경험하기 어려운 식감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Q. 한국 음식이 짜고 맵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외국인들도 그렇게 느끼나요?
A.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극적인 맛 뒤에 있는 깊은 감칠맛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 자극이 그리운 요소가 됩니다. 해장국이나 뼈해장국 같은 국물 요리의 경우, 외국에는 유사한 개념 자체가 없어서 더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
한국을 떠나본 사람만이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밥 한 그릇, 편의점 도넛 한 개가 왜 그렇게 생각나는지. 저도 20대에 텍사스 외곽에서 그 허전함을 느꼈을 때는 단순히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익숙한 맛의 언어가 없는 곳에서의 낯섦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 음식이 갖는 우마미의 깊이, 찹쌀 기반 식감의 독특함, 덜 달고 가벼운 생크림의 조화는 한번 경험하면 쉽게 잊히지 않는 감각적 기억입니다. 이런 음식 문화를 배경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한국 음식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걸맞은 가격 신뢰와 상도덕도 함께 성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맛으로 쌓은 좋은 기억 위에 바가지 같은 불쾌한 경험이 덮이지 않도록, 그 부분은 우리가 함께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식품 수출 현황에 대해서는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TI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한국 관광 및 외국인 방문객 통계는 출처: 한국관광공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